페레로로쉐랑 얼음 커피 다 마시면 학교 가려고 했는데
그냥 좀 더 느긋하게 있다 가기로 마음 먹었다.
굉장히 따뜻한 색으로 햇빛이 비추고 있다.
집에 더 오래 있어야 할 것 같은 그런 따뜻함...
오늘은 왠지 가을 같았다.
그래서 의자에 앉아서 창문 바람을 쐬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너무 평화로웠어.
바람도 따뜻시원했고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는 굉장히 뭐랄까 중심이 하나도 안 잡혀 있는 기분
이리 휘둘리고 저리 휘둘리고
내 마음에 떠오른 감정 하나로 온 하루를 지배당하는 그런
좌절스럽고 후회돼 미치겠는(너무 일상적이어서 미칠 정도는 아니었음)
그런 울그락불그락 부끄러운 나날들을 보내다가
어제부터였을까
말도 안되게 내가 차분해진 기분이고
아직도 하지 말았어야 할 말들을 하고 지내는 중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말은 안 하길 잘했어, 칭찬할 정도는 생겼다.
남에게 나에 대한 평가를 내맡길 필요는 없었다.
나는 나대로 움직이는 거지
내가 똑바로 잘 살려고 노력하면 돼.
그거면 돼.
누가 나에 대해 좋은 말을 해줘도 허허 나를 그렇게 생각해주셨다니 당신은 참 좋은 사람이군요? 난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닙니다 하고 넘기고
누가 나에 대해 나쁜 말을 한다 해도 너는 날 그렇게 생각했구나 그러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슈~ 또 넘기자
근데 오랜만에 읽게 된 옛날에 받았던 편지들을 보고 있자면
그 이야기가 정말 나였으면 좋겠다.
나에 대해 써준 말들인데 그걸 알고 있는데
지금 그걸 읽으면 꼭 내가 아닌 다른 사람 편지를 읽고 있는 기분이다.
어렸을 땐 남을 웃게 만들고 행복하게 해준 멋진 사람이었나봐.
그땐 다같이 어리석어도 괜찮았으니까.
지금은 이제 들통 나는 거지
내가 텅텅 빈 사람이라는 걸...
그래서 나쁜 건 계속해서 버리고
좋은 걸 채워가려고.
그래서 그때 나를 알던 누군갈 다시 만나게 됐을 때
그 사람이
넌 변함 없구나
웃으며 말해주면 좋겠다.그럼 나는 다시 나로 변하려고 무던히 애를 쓴 이야길 해줘야 하나
아니면 입 싹 다물고 옛날 그 사람인 척을 해야하나.
점점 내가 뭘 쓰고 있는 지 모르겠지만
커피는 달았고 초콜릿은 더 달았고
오늘 날씨도 달고
또 이런 저런 책임을 얻기도 했지만
그건 기분 좋은 변화였습니다.
그래서 아주 기쁜 상태도 아니면서 나쁜 것은 없는 아주 괜찮은 지점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이렇게 기록하고 싶었어요.
내 목표는 그러니까 28.5세를 지나고 있는 나의 목표는
하루 하루를 그러니까
내가 망나니처럼 보내던 그 하루하루들을
조그맣게 잘 단단하게 만져서
내일
모레
점점 더 굴려가서 28.9세에서는
되게 되게 커다랗게 된 물체 앞에서 울든 웃든 뭐든 후련한 행복을 느끼고 싶다.
단단해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