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지 (George) - Boat MV

2018. 5. 19. 19:24 from records



뮤비가 되게 귀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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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0's kid :

아까 집에 들어가기 전에 경비실 위로 까치가 앉았다 날아갔다.

집에서 저녁을 먹고 문을 나서는데 앞집 이웃 아주머니를 오랜만에 뵈었다.

한 손엔 쓰레기봉투를 들고 계셨다.

인사하고 엘리베이터가 올라오길 기다리며 아주머니께선 이제 한 달만 있으면 방학이겠다고 하셨다.

네라고 대답하고

먹고 대학생 얘기를 하셔서 웃었다.

아주머니께선 요양병원에 가셔서 다른 분들을 보고 대학교를 다녀야하나란 생각을 하게 됐다고.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무튼 대학을 나오셔서 요양 병원 쪽 일을 하신단 이야기 같았다. 미래도 밝은 편이라고.

아들들에게 말하면 엄마 그런 거 왜 하냐고 그럴 것이고 남편 분도 분명 싫어하실 거라 했다.

근데 동료분들은 괜찮을 것 같단 식으로 말씀하셨다고.

나는 좋을 것 같단 식으로 말했나? 속마음으로만 했나 이것도 기억이 잘 안난다.

한 가지 기억나는 건 나는 이 이야기의 흐름이 내가 대학교를 늦게 들어갔으니 기죽을 것 없다, 힘내란 이야기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힘을 받게 된다.

영어가 어려워 영어공부를 요즘 하고 계신다고 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주머니 차 앞에서, 이야기는 계속 됐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아주머니 차 앞에 쓰레기 봉투가 놓인 채.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어떤 표정을 짓고 있어야 좋을 지도 모른 채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아주머니께선 남편분 정년도 12년 정도 남았고 남은 인생에서 봤을 때 지금 반 정도 왔는데 이 나이에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어보셔서 

나는 " 하고싶으시면 하셨으면 좋겠어요." 라고 답했고

아주머니는 이런 질문 하는 게 웃기죠? 하셔서 개미만한 목소리로 아니요 멋있으..ㅅ..ㅔ ㅇ..ㅕㅛ 라고 했지만

아마 못 들으신 것 같았다.

마지막에 화이팅이라고 해드렸어야 했나.

아직 나는 (어려서?) 잘 모를 거라 하셨지만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어찌저찌 대화가 끝나고 영어 공부를 몰래 하고 계신단 아주머니 말씀이 맴돌았다.

마지막엔 이 이야기 아직 가족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비밀이라고 하셨다.

앞집 사는 오랜만에 만난 먹고 대학생에게 이야기 하실만큼 요즘 온통 그 생각 뿐이신가보다.

나는 이 대화에서 알 수 없는 힘을 받았고

내리는 보슬비를 맞으며 자전거 타고 학교로 올라가면서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대부분 멋있다!류의 감정들

우리 이웃에 멋진 아주머니가 살고 계신다.

적절한 상담자는 아니었겠지만

덕분에 힘이 나고 마음을 다잡게 되는 저녁이었습니다.

모쪼록 아주머니께서 행복한 선택 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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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90's kid :

새로운 경험들

2018. 5. 12. 22:00 from exploiter

오늘은 신문부 취재로 청년 버스킹 행사장에 가야했는데

오후 5시부터인데 아침에 눈 뜨자마자 빗소리가 들려 신문부 단톡방에 비오는데 버스킹 행사 하냐고 물어보니

예정대로 한단 대답이 돌아왔다.

동기 생일 선물로 줄 카시오 시계 택배와 아직 뜯어보진 않았지만 아마 맞을 것이다. 대인관계 과제 독후감 쓸 책을 경비실에서 받아왔다.

근데 비가 왔지 않나,

맥주가 땡겨서 원래 레쓰비 사러 갔던 편의점에서 핏츠 캔 하나를 골라왔다.

이천원 챙겨가서 그거 내고 왔다.

빗소리에 맥주를 마셨고 조금 알딸딸한 정신 상태로 씻었고 청년 버스킹 행사 장소가 비가 와서 바뀌었단 단톡방 소식을 보고 바뀐 장소를 인터넷에 검색해본 후 로드뷰를 확인했고 4시 40분 쯤에 출발 했다.

휴대폰 배경음악은 어젯밤부터 쭉 듣고 있던 존 메이어의 new light.

오늘은 2일, 장날이었다.

시장 골목을 여러 사람들을 뚫고 바지를 비에 적셔가며 장소에 도착했다. 다시 돌아가 반바지로 갈아입고 올까 고민했지만 시간이 없었다.

단톡방에서 본 식당은 내가 자주 가던 윤선생 사무실 골목길에 있던 식당이었다. 그 곳 2층에서 청년 버스킹 행사가 열렸다.

도착하자마자 신문부 국장님이 반겨주셨고 먹을 것 먹고 자리에 편히 앉아있으라 했다.

지방 선거가 다가오니 여러 정치인들의 명함을 받았다.

국장님과 정답게 얘기하는 앞에 있는 친구를 자세히 보니 여고도 같이 나온 고향 후배였고 

언제 인사해야 하나 하다가 내가 사진 찍는 중간에 자리를 이동하는 후배 등을 툭툭 쳐서 인사를 했다.

다행히 나를 기억해줬다. 선관위에서 왔냐고 물어봤는데 학교 신문부 때문에 왔다고 했다.

나중에 국장님한테 물어보니 같은 룸메이트 사이란다.

버스킹 공연과 3분동안 여러 사람들이 나와 자신이 생각하는 정치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중간 중간 상식과 넌센스 퀴즈가 있었다. 총 3부.

그 중 나는 우리 지역 조례에서 정한 청년의 나이에 대한 기준 문제를 바로 옆 벽에 붙어있는 법조문을 읽고 답을 맞춰 상품을 하나 탔다.

끝나고 뒷풀이가 있단 국장님 말도 있었는데 거기서 이렇게 오랫동안 얘기를 하고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주제들로 재밌는 시간을 보내다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뒷풀이는 1인당 5000원을 내면 됐는데 오늘 처음 본 신문부 친구와 조금 얘기를 나누고 내가 만원 짜리여서 내가 친구 것도 내주겠다 했는데 친구가 거부해서 5000원 받았다. 그 신문부 친구는 이번 1학년에 입학한 내 초딩 동창과 같은 동기였다. 그래서 나보고 그 형이랑 똑같다고(돈을 내려고 하는 행위) 했다.

나이가 많으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다. 

고향 후배, 신문부 친구와 같이 와인을 마셨고 고향 후배와는 정말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영화 좋아하는 분들을 많이 만났고 신문부 친구가 내가 좋아하는 붉은 돼지를 알고 있어서 너무 기뻤다.

뭔가 영화 속을 경험하다 나온 기분이랄까.

좋은 음악을 많이 들었고

한 살 많은 오빠와 인사도 나누고 같은 지역 고등학교를 나와서 반가웠고

고향 후배는 내 친한 친구가 전에 왔는데 지금은 서울로 취직을 해서 잘 못 온단 이야길 해줬다.

그 친구와 시간 맞으면 다시 같이 오기로 했고

다음에 내가 추천하는 영화를 다같이 보기로도 했다.

소고기와 돼지고기 스테이크 구운 파, 브로콜리 등등 멋진 와인 안주들이 나왔다.

그리고 영화 이야기, 정치 이야기가 더 좋은 안주가 되었지.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과

이런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경험하며

멀게만 보였던 이런 문화가 내가 모르는 사이 우리 동네에 들어와 있었다는 것이 신기했고 기쁘기 그지 없는 저녁이었다.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았고 행복했다.

고향 후배가 우리 지역에 관한 일을 한다는 걸 인터넷 검색 중에 블로그를 통해 확인 한 터라

그리 놀랍진 않았지만 직접 옆에서 지켜보니

이 친구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하고 있고 자랑스럽던지.

국장님 말대로 인연이 또 그렇게 되었다.

고향 후배는 주위 분들에게 고등학교 시절 체육대회 끝나고 집에 갈 때 내가 챙겨준(사실 챙겨준 것도 아니었지만) 이야기를 해줬다.

당시 너무 고마웠다고

난 너무 미안했었단 이야기를 했고

나를 멋진 선배였다고 소개하는 친구에게 더 미안함을 느껴야 했지만

어쨌든 자리를 나서면서 했던 말처럼 덕분에 너무 즐거웠고 재밌는 시간이었음에 감사했다.

아까 받았던 상품은 씨앗이라고 한다.

지금 뜯어보니 맞네.

얼마나 멋진가.

좀 더 세속적인 걸 기대했던 내가 부끄럽지만.

신문부 친구에게 난 단톡방에서 이름을 보고 당연히 여자일 거라 생각했다고 했고 그 친구도 내 이름을 보고 남자일 거라 생각했다고 해서 서로 웃었다.

 

 

Posted by 90's kid :